[자동차 여행기] 곡성 들러 여수까지, 문화 달리기

기사입력 2016-07-26 23: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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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카리포트)=이다일 기자] 갈 길이 멀다. 서울을 출발해 오늘 안에 전라남도의 해양도시 여수까지 갈 예정이다. 중간에 곡성도 들를 참이다. 영화의 곡성과는 이름만 같을 뿐이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장면이 실제 전라남도 곡성에서 찍은 것이라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출발한 일행은 전라남도 곡성까지 단숨에 달리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해보니 막히지 않는 길인데도 3시간 30분. 270km의 길이다.

서울에서 곡성까지는 경부고속도로, 공주논산간고속도로를 지나고 다시 익산포항고속도로를 타고 순천완주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새벽부터 여러 차례 고속도로를 갈아타니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도 이렇게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했다면 아마도 상당한 시간을 갔던 길 되돌아오는데 썼을지도 모르겠다.

곡성에 도착하니 해는 중천에 떠올랐고 날씨는 뜨겁다. 7월이라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스마트폰에 폭염주의보 경고까지 빽빽 울려대니 여행이 아니라 피서가 필요한 시간이다.

‘기차마을’로 유명했던 곡성이 이제는 영화 ‘곡성’의 배경지로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 역사를 개조해 레일바이크를 포함한 기차 테마파크로 만든 것이 곡성을 처음 알게 된 계기다.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에 섬진강 자락을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번 방문은 조금 다르다. 영화 ‘곡성’의 배경을 둘러볼 생각이다. 일단 무작정 군청을 향했다. 서울에서 내려가는 가장 빠른 길은 곡성IC에서 내리지 않는다.

남원을 거쳐 서남원IC에서 빠져나간 일행은 남서쪽 섬진강을 건너며 곡성군으로 향했다. 의외의 풍경이 펼쳐진다. 신기교차로에서 곡성경찰서 입구까지 짧은 구간에 메타세콰이어길이 펼쳐진다. 여름의 푸른 잎사귀 사이로 곡성 가는 길이 펼쳐진다. 영화 ‘곡성’에서 최종 상영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스틸컷으로 잠시 등장하는 그곳이다.

이번 여행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세단과 함께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그간 연료효율과 안락한 승차감을 강조하느라 놓쳤던 스포츠 드라이빙이 이차 ‘GS450h’의 특징이다. 썬루프를 열고 메타세콰이어길을 달리다가 문득 기념 촬영을 하고 싶어 드론을 꺼냈다. 하늘로 올라간 드론은 곡성의 전경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곡성 시내는 영화에 나온 바로 ‘그’ 장면들로 가득하다. 곡성경찰서와 건강원이 이어지는 거리는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나온 장면이 보인다. 또, 주인공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이 경찰로 나와 주요 장면이 진행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곡성 경찰서에서 돌아 나와 로터리를 거쳐 남서쪽으로 향하면 곡성의 상징 ‘기차마을’이 나온다. 지금은 증기기관차도 전시됐고 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섬진강의 모래를 운반하던 간이역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건립됐다가 지난 1999년 신역사가 생기면서 탈바꿈한 곳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차를 타고 달릴 계획으로 나왔으므로 드라이브코스를 찾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이 인상 깊었고 그곳을 찾다 보니 전라남도 곡성까지 달려왔다. 영화에서 일광(황정민)은 급하게 사건이 일어난 마을로 달려간다. 그가 차를 타고 능선을 넘어 달려가는 장면을 하늘에서 찍었다. 웅장한 산과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이 궁금했다. 저 곳을 달리면 내가 곡성의 ‘일광’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길은 찾기 어려웠다.

길을 찾기에 앞서 늦은 점심을 해결해야했다. 검색으로 찾아본 결과에는 곡성IC에서 한 구간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석곡IC가 나온다. 흑돼지 석쇠구이로 유명한 곳이다. 적당한 곳을 찾으려 장터로 들어섰고 한 식육식당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식당 안은 시원했다. 길에 다니는 사람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식당 안은 북적인다. 늦은 점심을 먹고 식당 주인과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영화 ‘곡성’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으로 능선을 달리던 그 장면을 보여줬고 “여기가 아마 저기 같은데요”라는 답변과 함께 바로 그곳, 일광이 달렸던 길을 찾았다.

그곳에서 영화 촬영도 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니 일단 가보기로 했다. 일광이 달리던 능선은 석곡면에서 동쪽으로 1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가 죽곡면에서 오곡면으로 북상하는 길이다.

길은 산으로 올라갔다. 해발 514.1m의 통명산이다. 통명산은 곡성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섬진강을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 남에서 북으로 통명산을 넘으면 다시 곡성의 기차마을이 나온다. 곡성으로 향하는 가장 높은 산길이다.

산의 정상 인근에서 영화 ‘곡성’의 흔적을 찾아봤다. 아마도 여러 곳에서 찍어서 정확하게 일치하는 장면을 찾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영화사에서는 이곳 외에도 몇몇 산길에서 촬영해 연결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하늘에서 통명산을 내려다보니 영화 ‘곡성’과 비슷한 장면이 펼쳐진다. 헤어핀이 이어지는 도로는 30분 동안 차가 두어 대 다닐 정도로 한가하다. 멀리 곡성 시내가 보이는 풍경은 영화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곡성에서 마지막 목적지 여수로 방향을 잡았다. 빠른길로 달리면 1시간 20분쯤. 총 85km를 가야하지만 오후의 넉넉한 시간을 활용해 지리산을 달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지리산 자락의 ‘지안재’도 사진으로 담아보기로 했다. 곡성 동쪽의 지리산으로 가려면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지리산 북쪽에서 지안재를 찾아갔다. 멀리 양쪽의 산 가운데 구불구불 길이 뚫린 지안재가 보인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들어간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올라보니 약간의 실망감도 든다. 지안재 꼭대기에는 정자가 세워졌고 그 아래는 ‘포토존’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길은 인공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오른쪽에는 거대한 송전탑이 지나간다. 구불구불 사진에서는 멋지게 표현되는 곳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은 없다. 지리산 자락에서 이렇게 인공적인 길을 만나니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지안재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일행은 지리산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노고단을 지나 구례에서 여수로 향하는 길이다. 해발 1507m의 노고단은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구름은 발아래에 깔리고 변덕스러운 날씨는 노고단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몇 차례나 비를 뿜었다 거둬갔다.

고속도로를 만나자 여수까지는 금세 달려간다. 지리산을 들르느라 1시간가량 더 여정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수의 야경을 볼 기대가 더 크다.

여수는 여러모로 문화적이다. 여수 엑스포로 최근에는 모습을 크게 바꾸었고 산업단지가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항구 여수는 언제나 감성적인 젊은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최근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도 첫 작품의 배경으로 여수를 선택했다. ‘여수의 사랑’은 두 번 다시 돌아오기 싫을 것 같은 여수로 발길을 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이번 드라이브의 종착지 여수의 밤거리는 활기찼다. 소설속의 혹은 추억속의 여수는 차분하고 조용한 곳이었지만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가 히트한 때문인지 바닷가에는 길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버스킹’이 한창이고 그 주변으로는 여수시가 추진하는 야시장 ‘낭만포차’가 늘어섰다.

여수의 야경은 돌산대교가 도맡아하다가 2012년 개통한 거북선대교가 나눠 맡았다. 여수구항 해양공원에서 둘러보면 왼쪽은 거북선대교, 멀리 오른쪽은 돌산대교가 보인다. 그 가운데는 돌산도의 돌산공원이 놓여 천혜의 항구를 이루고 있다.

이튿날 아침은 야경이 아름답던 그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여수구항에 나지막한 언덕인 고소동이다. 밤에는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낮에는 언덕 위로 올라가면서 좁은 골목마다 그려놓은 벽화가 눈길을 끈다. 한때 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던 허영만 화백의 그림도 여러 곳에서 보인다. 이곳은 고소동 벽화마을이다. 계단으로 낮은 언덕을 올라가면 항구로 들고나는 배들이 보인다. 그 위로는 유람선이 주를 이루고 엑스포공원에서 돌산공원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둥실 떠다닌다. 누군가 여수를 딱 1시간만 둘러봐야겠다면 케이블카를 타라고 추천해야겠다. KTX 여수엑스포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다 돌산공원까지 가는 길에 아름다운 항구와 여수의 시장, 유람선, 이순신 장군이 생각나는 진남관 까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 아침 일찍 출발해 곡성을 거쳐 여수까지 온다면 드라이브는 충분히 즐겼을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이튿날을 활용해 남해안의 주변 지역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서쪽으로는 보성을 거쳐 담양이나 군산에서 점심을 먹고 귀향해도 좋다. 동쪽으로 달린다면 통영까지 둘러보고 함양을 지나 대전, 서울로 향해도 좋다. 1박2일로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지만 남쪽의 길은 정체도 없고 한가하니 느긋한 마음만 준비하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여수(전남)=이다일 기자 crod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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